Essay ·

A Deep Dive into Myself

A Deep Dive into Myself

아껴뒀던 <데미안>을 읽었다.

지금의 내가 읽을 수 있도록 아껴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껴둔 만큼 느낄 수 있었던 인상이 컸다.

데미안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다음 문장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을 읽기 전에 나는 이 문장을 접하고, 이 책의 주제가 어떠한 틀에 박힌 사고와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그럴듯한 교훈이라 짐작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데미안이, 헤르만 헤세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언가를 깨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더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파고들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문장들이 소설 곳곳에서 데미안의 말로, 싱클레어의 독백으로, 가끔은 피스토리우스의 외침으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 개인이 가진 생각과 깨달음, 통찰을 여러 등장인물을 경유해 서로 다른 매력적인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이 소설이 가진 진짜 특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근 한 달간 미래의 삶, 꿈,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지금 이 시기가 내 미래의 궤적을 크게 변화시킬 몇 안 되는 순간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삶의 목적성을 고민해야 했던 시점이기도 했다. 내가 어떤 꿈과 직업을 가지고 살지 알아보기 이전에, 나는 나 자신을 가능한 많이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며, 어떤 순간에 가슴이 뛰는지를 알고 싶었다.

내가 지금도 매일 적어도 한 장씩은 꼭 쓰는 노트가 있다. 그 노트에는 내가 일상적 순간에서 느낀 깨달음, 다짐, 그리고 계획 등이 나라는 사람의 편린으로 담겨있다. (나중에 이 노트에 대한 글도 써볼 예정이다.) 나는 그 노트 뭉치의 시작점부터 한 장씩 살펴보며 나를 설명하는 문장 하나하나를 발굴해 냈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시간을 두고 더 깊게 파고들기를 반복했다. 어떤 것은 더 본원적인 층으로 해체되었고, 어떤 것들은 더 추상화되고 일반화되었으며, 또 어떤 것들은 다른 것들과 합쳐져 더 완성된 의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참 오랜 시간이 걸린 작업이었다. 그런데, 헤세가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이 작업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해준 것만 같아 기뻤고,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확신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노트에는 내가 책을 읽으며 수집한 소중한 문장들도 담겨 있는데, 내가 <데미안>을 읽으며 깊이 다가왔던 문장 중 몇 개를 아래에 남긴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나에게 흥미로운 것은 오직 나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내가 내디딘 걸음들뿐이었다. 그 모든 아리따운 휴식의 지점들, 행복의 섬들과 낙원들의 마력을 나도 모르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을 나는 먼 곳의 광채에 싸인 채 두고자 한다. 그 곳에 다시 한번 발 디딜 욕심은 나지 않는다.” — 65p

“똑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전혀 가치 없어. 아무 가치도 없어. 자기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건 죄악이지.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 — 88p

“그 사이 나를 내면적으로 키워준 것은 학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기분 좋았던 것은 나 자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꿈, 생각, 예감에 대한 신뢰가 커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한 앎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 161p

← Back to Writing